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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일상

<바퀴(baqui)>를 만나다.

대학생때 보던 잡지 중 'Paper' 라는 잡지가 있었습니다. 두께는 얇지만, 부담없이 광고 신경쓰지 않고 아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던 잡지였는데요. 몇 일 전 피아랑님의 블로그에 구경을 갔다가 Paper 와 아주 비슷한 분위기의 바퀴(baqui)라는 잡지 소개글을 볼 수 있었습니다.(재미있게도 글의 시작이 Paper 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홈페이지에가서 보니 아직 돈을 내고 정기적으로 받는 것은 안되더군요. 그래서 어디서 받을 수 있나 찾아보니 Head 매장에서 무료로 받을 수 다고 적혀있었죠. 그리고 몇일 기다리다가 오늘 대전에 가는 길에 영등포역에 있는 Head 매장에서 한 부를 받아서 무궁화를 타고 가는 동안 재미있게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었네요.

바퀴는 피아랑님 소개처럼 초창기 Paper와 닮은 두껍지 않지만, 광고가 눈에 거슬리지 않는 잡지 입니다.


표지에 보라색 색상에 baqui 라는 글자가 단순하면서도 이쁘게 적혀 있고, 그 아래 자전거가 한대 새겨져 있습니다. 보통 돈을 받지 않고 배포하는 잡지들은 표지 광고를 가장 큰 수입원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지하철에서 나눠주는 무료 신문들이 표지를 이중으로 하고 있죠.) 바퀴는 이 부분을 바퀴만의 모습으로 단장해 놓은 점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조금 아쉽다면 baqui 라는 영어 대신 위쪽에 작개 적혀있던 '바퀴' 라는 한글을 크게 표시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최근에 "바이시클라이프"가 "자전거 생활"로 이름을 바꾼 것으로 기억하는데, 전문가들보다 일상에서의 자전거를 이야기하는 바퀴가 사람들이 다가서기 힘든 baqui 보다는 '바퀴' 라는 이름을 가져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책을 조금 넘겨보니 광고 1-2 개가 지나고 계속 궁금해 하고 있떤 잡지를 창간한 편집장 님의 글이 보이네요.


역시 기대했던 데로 범상치 않는 포스가 느껴집니다. 동호회에 처음 나갔을때 짐승 등급의 회원분들을 봤던 그런 분위기? 몇 일 깍지 않은 듯한 턱수염을 기르고, 어딘가 오래되보이는 비니를 쓰고, 높은 언덕에서 토클립을 장착한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기는 픽시를 타고, 거기다 제가 요즘 한참 가지고 싶어하는 T-level 메신져 백을 매고 계시는 군요. 대단한 포스가 느껴지는 사진이 잡지의 한면을 장식하고 다른 한면에 소개의 글이 있습니다. "<바퀴>를 창간하며"라는 글에서

자전거 마니아 잡지가 아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하며 논할 수 있는 '자전거 타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 나아갈 것 입니다.

라는 말이 참 마음에 듭니다. 언제부턴가 자전거를 탄다는 것이 유명한 스포츠 용품 회사 마크나 스폰서 마크가 잔뜩 도배되어있는 몇 십만원의 기능성 옷을 입고 100만원 이상되는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 라는 말과 비슷하게 생각되는... 그리고 자전거 잡지라면 의례 몇 백 만원짜리 새로 나온 자전거 시승기와 장비 소개가 절반은 차지해야하는 상황이 되버린 지금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글입니다.

그 다음장에는 제가 잡지를 득 한 HEAD 의 관고가 있네요. 광고는 원래 적을 계획이 아니었지만, 저에게 잡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에 하나 찍어봤습니다.


그 뒤부터 많지는 않지만, 다양한 글들이 나옵니다. 이 중 제가 재미있게 본 것은 3개 정도 됩니다.


가장 재미있게 바퀴의 마지막 쯤에 있던 "88일간의 미국횡단기" 입니다. 역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자전거 여행 이야기여서 그렇겠죠? 자전거 여행을 가끔 다니기는 하지만, 미국 횡단 같은 정말 큰 도전을 해보지 못해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데스벨로 향할때 자전거 패니어 밑에서 햇빛을 피하고, 너무 힘들어 움직이지 않고 넉놓고 있던 장면이 머리속에 그려질 만큰 다가왔습니다.

몇 년전에 자전거를 타고 대마도  여행할 때 섬의 건너편에 관광지를 갔다 오다 불빛 하나 없는 산에 갇힌 기억이 생각나더군요. 전날 폭우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서 라이트가 다 망가진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지도에도 없는 길을 따라서 산을 넘어서 해가 지기 바로 직전에 도시에 돌아왔던 생각이 납니다. 아마 이 분은 그 보다 열배는 더 힘드셨을 껀데, 횡단을 맞치고 여행기를 적고 있을 테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언젠가 한번 이런 여행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용기가 없어서 한번도 시도를 못해봤네요. 앞으로 이어질 연재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다른 이야기들이 더 있는데요. 이중 50년된 자전거를 타고다니시즌 자전거 장인 할아버님 이야기뉴욕의 자전거 생활 소개가 눈에 띄였습니다.MTB 를 타기 시작하면서 MTB 프레임의 수명이 3년이네 5년이네 하는 이야기만을 듣다가 50년이라는 제가 태어나가 한참전부터 타던 자전거를 지금까지 타고 계시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신기하더군요. 가끔 자전거를 튜닝한다고 무심코 이런 저런 부품을 바꾸고 있는 저를 생각하면서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전거 생활 이야기는 너무나 복잡한 교통 환경때문에 자전거가 활성화 되었다는 뉴욕과 복잡한 교통 상황과 잘못된 법 때문에 자전거를 끌고 나가기가 위험하게 되버린 서울의 상황이 비교되더 군요. 몇 주전에 온 눈이 아직까지 자전거 도로에 수북히 쌓여있는 모습을 보면서 서울은 자전거가 활성화 되기에는 아직 멀었구나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제가 바퀴를 보는데 큰 공을 세우신 피아랑 님의 책 소개 가 있습니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랜스 형님이 지으신 '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닙니다' 라는 책이네요. 한 권 사서 봐야겠습니다.

이것 말고도 재미있고, 자전거를 탈때 도움이되는 많은 이야기 들이 나옵니다. 1시간이라는 시간동안 다른 짓 안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라는 주제로 자전거 전문 잡지가 아닌 우리의 일상을 이야기 하는 잡지가 나와서 기분좋습니다. 새로 나온 자전거 부품소개나 새로운 프레임, 자전거 가격 동향 자전거 피팅 방법 같은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일상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아직은 자전거 생활이 풍족하지 못한 대한민국에서 많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앞으로 더 많이 발전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집으로 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바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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