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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일상

따뜻한 도시 지식인이 쿨하게 들려주는 냉정하고 개그스러운 정치 이야기 -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




태어나서 처음으로 투표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하루를 보내고, 박원순씨의 당선 소식을 들으면서, 기쁜 마음에 쓰던 논문을 잠시 미뤄두고, "김어준 씨의 닥치고 정치"를 다 읽었습니다. 한 10일 만에 읽은 것 같네요. 논문을 쓰다가 생각 정리가 잘 안되서 책에 대한 글을 먼저 써봅니다.



글을 쓰기 전에 "김어준을 언제 처음알게 되었지?" 생각해 봅니다. 김어준씨가 총수로 있는 딴지 일보는 전부터 알았지만, 딴지일보와 김어준씨가 관련있다는 것은 최근에 알게된 사실이어서 그때는 아니고.... 나는 꼼수다 도 아니고.... 아마 2시의 데이트 에서 나는 가수다 평론을 하면서 인것 같네요. 그때는 라디오나 TV 에 많이 나오는 평론가 중에 한 사람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요. 그가 "딴지일보의 총수" 라는 것을 알게 되고, 두시의 데이트의 국제정치에 대한 짧은 논평을 들으면서 뭔가.. 다른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고, 나는 꼼수다를 들으면서 보통사람과는 다른 본능적인 분석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고,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의 인터뷰와 이 책을 보면서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김어준 어떤 사람일까?

책을 읽으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릴때 제목을 뭘로 지으면 좋을까 하는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좋은 제목이 생각나면, 제목 부터 적어 놓는 버릇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책들은 책을 거의 다 읽었을때 제목을 정하는데, 이 책을 보는 동안은 계속 다른 제목을 정하게 되더군요. 정리를 좀 해보면

  • 조국현상을 말할까?
  • 가카의 꼼꼼함과 호연지기
  • 나는 꼼수다 해설집
  • 무학의 통찰? 우끼시네

이정도 네요. 마지막이 책의 70% 정도를 읽었을때 정한 제목이었습니다. 지금 글의 제목과 많이 다르죠? 중후반까지 책을 보면서 지금의 정치와 진보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분석한 내용이 전부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꼼수다에서 호탕하게 웃어젖히는 이미지를 생각하며 지은 제목입니다. 그런데, 책을 다 볼 무렵 다음 같은 글이 있었습니다.

...... 나보다 남자다워. ...... 하여튼 난 그런 사람 처음 봤고 아직까진 마지막으로 봤어.

      아. 씨바. 노무현 보고 싶다.

이명박같은 자가 그런 남자를 죽이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내가 노무현 노제 때 사람들 쳐다 볼까 봐 소방차 뒤에 숨어서 울다가 그 자리에서 혼자 결심하게 있어. 남은 세상은, 어떻게 든 해보겠다고
...... 봉하도 안간다. ...... 나중에 가서 웃을 거다. ...... 그리고 난 아직, 어떻게든 다 안했어.

 이 부분을 읽으면서, 특히 마지막 "그리고 난 아직, 어떻게든 다 안했어" 부분을 보면서, 김어준 이라는 사람을 지금까지 잘 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꼼수다가 이런 배경을 가지고 탄생했다는 것을 알았을때, 더 많은 감동이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을 따뜻한 도시 지식인이 쿨하게 들려주는 냉정하고 개그스러운 정치 이야기 라고 길고 복잡하게 지었습니다. (나름 만족해 하고 있습니다.^^)



닥치고 정치

닥치고 정치? 뭘 닥치라는 거지? "닥치고 정치에 관심을 가져라"는 이야기인가? "정치하는 놈들 말만 너무 많으니까 좀 닥치고 정치나 해라"는 이야기 인가? 그냥 다른 이야기는 다 닥치고 정치 이야기를 하는 책이라는 말인가? 간단하면서도 뭔가 오묘한 제목 입니다. 아마 김어준씨가 저자가 아니거나 나꼼수에서 홍보하지 않았으면, 사지 않았을 것 같은 분위기의 책이죠. 생각해보니 제가 처음 읽은 정치 서적이네요. 오.. 생각해보니 신기하네요. 내가 정치 서적을 사서 읽었다니.... ^^;

이 책은 지승호씨가 김어준씨를 인터뷰 하고 그 내용을 책으로 옮긴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서문에 조국 교수님의 "진보집권플랜"을 읽어보니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내가 한권 다시 써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적었다고 나와있습니다. 그래서 형식도 조국 교수님의 책에서 가져왔다는 군요.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좌,우 무서우니까
  2. 불법은 성실하다
  3. 재벌, 자본주의 아니다
  4. 정치는 연애다
  5. 공주와 동물원
  6. 가능, 하다

아마 나는 꼼수다를 즐겨 듣는 분이라면 자주 듣던 제목들이고, 읽어 보면 내용 역시 자주 듣던 이야기들입니다. 지금 정치에서 저자가 주목하고 있는 조국 교수님, 문재인씨, 박근혜씨에 대한 이야기가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고, 가카와 재벌들, 자칭보수들의 꼼수와 진보의 문제점, 진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서 서술 하고 있습니다.

아마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정~~~말 지루한 정치 서적일 건데요. 책이 그렇지가 않습니다. 책의 내용을 떠나서 서술된 방식이 김어준씨 특유의 말투를 따라가고 있어서 말투를 생각하며 리듬 타서 읽다보면, 금방 금방 읽힙니다.

내용을 보면

책의 초반은 조금 어렵습니다. 1장에서 좌,우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는 부분은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 단어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개념적인 이야기들이 마구 나옵니다. 그래서 잘못하면 책을 덥을 수도 있겠다 생각도 들구요. 조국 교수님 책이 어렵다면서 이 책은 왜 이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조국 교수님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쿨럭. ^^;). 1장을 다 보고 나면 딱 하나 머리에 남습니다. " ..... 이명박이 삶의 불확실성으로 ...... 오로지 먹고 사는 문제로 환원시키지. 정말이지 가장 낮은 수준의 우파야.... ".

힘들게 힘들게 책의 초반을 지나면, 나꼼수에서 많이 나왔던 BBK 이야기들이 나오고, 재벌들이 이 사회를 어떻게 관리하고 파괴하고 있는지를 아주 재미있게 흥미 진진한 소설로 적고 있습니다. 거의다 저자의 추론이고 다~~~ 소설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이런 소설을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적어놨습니다. 그리고 나꼼수를 많이 들으신 분들은 여기서 기적을 경험하게 되는데요. 책이 갑자기 말을 합니다. 격어 보신 분만 알아요. 믿으세요. 저는 책뒤에 사람이 서 있는 줄 알았어요.(책이 말한다는걸 책보기 전에 어떤 분이 적으셨던걸 봤는데, 정말 그래요^^)

그 이후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이니 관심있으신 분들 나중에 보시구요.

별거 없죠? 정말 내용은 9시 뉴스에나 나올법한 보통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고 지루해하는 이야기입니다. 단, 그게 김어준씨 입을 통해서 나오니 소설과 같이 읽혀지는 거죠.



책을 보면서 재미있는 것은 각 장의 표지에 적혀있는 녹취 날짜 입니다. 이게 왜 재미있냐면, 과거에 인터뷰에서 미래를 예측한 부분이 얼마나 잘 맞는지 알 수 있다는 거죠. 날짜를 기억하고 책을 읽어보면, 와... 이때 이걸 벌써 예상한거야? 혹시 조작한거 아닐까? 하게 됩니다. 완전 나가수 예측하는 것 만큼 잘 맞춥니다. 나꼼수에 나왔을때도 감탄했던 내용인데, 사실은 이때 이미 예상하고 있었따는 사실도 놀랍고, 그의 분석 능력은 어디까지인가... 감탄을 금할 수 없죠. 이런게 지식인인가? 하는 생각이......듭니다. (그동안 라디오 너무 열심히 들어서 세뇌 된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작작 들어야 겠다. ㅡㅡ;; )


마무리
글 정말 안써지네요. 그냥 논문이나 쓸 걸 그랬나...
밀린 논문과 얼마전에 태어난 우준이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계속 읽게 될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고, 여러가지 피해 의식도 생기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됐을때 촛불 시위 나갔던 일,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셔서 어머니랑 종로 대한문 앞에 절하러 갔던 일이 생각나더군요. 하지만 책의 마지막에 있는 한 마디가 모든 생각의 결론을 내 줄 것 같습니다. 사실은 어제 서울시장 투표를 통해서 모두들 느꼈을 겁니다. (아... 31년을 서울 시민이었는데, 왜 이 중요한때에 나는 대전 시민이었던 것이냐.. ㅠㅡㅠ)


올연말 누구에게 선물할 일이있으면, 이 책을 선물해야겠습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이후 처음 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