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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여행

오래된 자전거 여행 이야기 : 처음 떠난 자전거 여행 : 첫 날 (수원->천안)

왜 자전거를 타시나요? 자전거 타는 사람의 수 만큼 많은 이유가 있을꺼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자전거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11일의 자전거 여행을 하고 난 뒤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며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하고, 고생도하고, 비도 맞으면서 많은 추억을 남기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자전거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처음 떠났던 자전거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남겨 놓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늦었지만, 그 기억들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2002년 5월에 제대를 하고 잠시 컴퓨터 회사를 다녔다. 하지만,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7월말에 그만두게 되었고, 복학까지 남은 1달 동안 뭘 할까 고민을 하다가 같이 일하던 기정이와 의견이 맞아서 그 동안 생각만 가지고 있었던 자전거 여행을 가기로 하고 여행 계획부터 자전거 구입, 물품 준비까지 5일 만에 모든 준비를 끝내고 출발을 하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모한 자전거 여행이었다. 여행용 자전거, 여행용 자전거 장비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체, 지도도 잘 볼 줄 모르고,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전혀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여행용으로는 모든 사람이 말린다는 쇠로 된 풀샥 생활 자전거를 타고 텐트도 가지고, 심지어 모든 짐을 넣은 여행용 배낭을 어께에 짊어 지고 출발한 여행이었다(참고로 자전거 여행을 할때 가방을 짋어진다는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여행 준비 물품

여행 준비 물품이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떻게 저런 준비를 했을까. 누가 이 사진을 보고 자전거 여행 준비물이라 생각하겠는가.


여행 계획은 처음 하는 사람들이 많이 가는 코스인 1번 국도다. 서해안을 따라서 서울에서 목포까지 이어지는 국도로 처음 자전거 여행하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이다. 낙성대 근처에 사는 기정이 집에서 잠을 자고 서울 시내를 빠져나가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지하철을 타고 수원역까지 간 뒤에 1번 국도를 타고 목포를 가서, 배를 타고 제주도를 가서 다시 서울로 돌아올 계획이다.

기정이와 수원역 앞에서

아침 8시 수원역 앞에서 여행을 출발하며 기념사진한장. 자전거 위에 보이는 것이 텐트이고, 어깨에 짊어진것이 배낭이다.


수원역에서 사진을 출발 기념 사진을직고 출발했다. 수원역을 출발해서 1시간이 못되서 지쳐가기 시작했다.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고 친구들에게 말했을때 친구들이 모두 "하루만에 트럭에 실려 돌아오지만 말아라." 라는 응원을 해준 이유를 몸으로 느끼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원망하며, 계속 달렸다(그러나 다음날부터 첫날의 원망을 얼마나 원망했는지...).

오산을 지날때 앞에 도보 여행을 하시는 분과 만나게 되었다. 큰배낭을 짊어지시고, 출발하신지 2일 정되셨다고 하는데, 이미 온몸이 까맣게 그을리셨다. 그 분을 보며 자전거 타고 여행을 하고 있는 우리가 얼마나 편해보일까 생각을 하며 앞서 나갔다. 11시가 조금 넘어가니 도시의 광경이 사라지고, 시골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적한 길옆에 있는 구멍가계에서 빵으로 점심을 때우며 원래 계획에 따라 1시간 가량 쉬기로 했다.

쉬는 시간동안 우리처럼 자전거 여행하는 학생들을 2팀이나 보았고, 더 신기한건 도보여행을 하시던 아저씨가 우리를 따라왔다는 사실이었다. 해어진지 그렇게 오래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동안 우리를 따라오실 줄이야.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점심 휴식을 끝내고 달리고 달려 천안에 도착했다.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오후 2시쯤이었던 것 같다. 구름이 많아져서 자전거를 타기가 훨씬 수월해서 좋았지만, 다음날 부터 있을 고난의 시작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천안시 입구.

천안시입구에서 기념사진. 구름이 많이 끼었다.


천안시에 도착해서 도심을 지나가니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둘 다 처음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다보니 계획대로 중간에 휴식을 취했음에도 많이 지쳐서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고 적당한 숙소를 찾아 보기로 했다. 도심에는 텐트를 칠 장소가 없기 때문에 천안시를 지나서 한적한 길로 접어들 무렵 언덕가에 있는 교회가 눈에 띄었다. 교회를 찾아가 여행하는 학생이라고 말씀드리고 양해를 얻어 뒷들에 텐트를 치기로 결정했다. 고맙게도 교회 목사님이 텐트 치는 것뿐만 아니라 화장실 사용을 허락해주셔서 몸도 씻고, 밥도 먹고, 빨래도 할 수 있었다.

천안에 있는 교회에서

도착한 직후 너무 지쳐서 밥을 해먹을 힘조차 없었다.


교회에 도착해서 텐트치는 것을 허락 받은 뒤 너무 힘들어 20분 동안 꼼작도 않고, 앉아있었다. 씻을 기운도, 밥을 차릴 기운도, 텐트를 칠 기운은 더더욱 없었다.

첫날 하루를 끝내며

밥을 먹고 텐트를 치고 그 날을 마무리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기운을 차려서 씻고, 텐트를 치고, 밥을 짓고, 밥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지도를 보며, 우리이 위치가 어디쯤인지도 확인해보고, 내일은 어디까지 갈 지도 결정하고, 오후 6시가 되기 전에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너무 피곤해서 2인분 지은 밥의 반만 먹고, 우리가 덮을 이불이나 깔고 잘 돋자리 하나 없이 2인용 텐트 하나만 가져왔다는 사실도 다음날쯤 되서 깨달았다.

첫날 자전거 여행은 정말 다시 돌아가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많은 자전거 여행을 도전하는 사람들이 왜 첫날이나 둘째날에 포기하는지 느낄 수 있는 날이었다. 우리가 첫날 만난 다른 팀들은 모두 무사히 여행을 끝냈을까? 아마 한두 팀은 돌아갔으리라.

자전거 여행 첫날의 기억은 오직 하나 "열심히 달렸다" 는 것이다. 여행이 아닌 자전거 달리기 대회를 한 것 처럼 하루 종일 열심히 달리기만 했다. 아마 그 만큼 자전거 타는 것이 힘들었던 것 같다. 이 날 느낀 한 가지는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이렇게 한적한 시골이 거의 무한이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항상 내 주변에 있던 사람도 많고 건물도 많은 도시보다 초원이나 나무와 풀이 있는 언덕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잘 수있도록 배려 해주신 목사님 같은 좋은 분도 많고...

첫날 여행은 여기서 끝났다. 그리고 다음 날 부터 비와의 싸움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