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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여행

오래된 자전거 여행 이야기 : 처음 떠난 자전거 여행 : 둘째날, 세째날 (천안->대전->전주)

자전거 여행을 가기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뭐가 있을까요? 자전거용 옷, 패니어, 안장 가방, 헬멧, 좋은 자전거, 라이트, 후미등, 텐트.. 등등 많은 용품들이 필요하겠지만, 저는 단연!! 방수 용품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유난히 제가 자전거 여행을 할때는 비가 많이 오더군요. 첫 여행부터 말이죠^^;

둘째날

자전거 여행 첫날의 피곤함 때문에 첫날 저녁 6시부터 자기 시작해서 누가 자전거를 끌고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이 들어버렸습니다(교회 뒷뜰에 텐트를 친 탓인지 자전거를 분실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날 피곤함에 대충친 텐트와 비탈에 있는 교회의 뒷뜰에 텐트를 친 것이 문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한참 잠을 자고 있는데, 밖이 상당히 시끄러웠습니다. 그리고 몸 어딘가가 축축한 느껴져서 잠이 깼습니다. 시간은 새벽 4시30분...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고 있더군요. 언덕(!)에 있는 교회의 뒷뜰(!!)에 대충친 텐트(!!!) 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이미 텐트는 비를 흠벅 맞았고, 비가 비탈을 타고 내려와서 텐트의 밑 부분이 다 젖었더군요.

친구를 깨워서 4시 30분 쯤에 부랴 부랴 일어 났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모든 짐은 젖은 상태 더군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우리가 걱정되서 나오신 목사님께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짐을 덜 젖게 하려고 열심히 짐을 싸고, 텐트도 걷고 자전거도 챙겼습니다.

물에 젖은 짐을 다 짜고, 각각 비닐에 넣고, 텐트를 정리하고 나니 6시쯤 되어서 목사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둘째날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해가 뜨긴 했는데 비가 너무 많이와서 앞이 잘 안보일 정도였습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첫날 여행의 목적지는 유성으로 잡았습니다. 날씨만 맑으면 11시가 되기 전에 도착할 거리지만, 비가 너무 많이와서 오후 1시쯤 되서 겨우 도착했습니다.

유성에 있는 월드컵 경기장

비를 맞으며 유성에 있는 월드컵 경기장에 들려봤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각지에 있는 월드컵 경기장은 다 가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던 월드컵이 끝난지 2달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였으니까요.

월드컵 경기장에서

둘째날의 여행은 월드컵 경기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유성에서 잠을 자게 됩니다. 사진이 별로 없는 이유는? 비가 와서겠죠.^^; 둘째날은 이렇게 악천후 속에서 고군 분투하며 끝났습니다.


셋째날

첫날과는 다르게 유성온천에서 편안한 잠을 자서 몸상태는 아주 좋았습니다. 셋째날 출발 시간은 오전 6시. 오늘은 논산을 거쳐서 전주를 지나가는 일정입니다.

유성을 출발하며

아침에 출발할 때 어제와는 다르게 날씨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굵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배낭안의 모든 짐을 비닐 봉지로 개별 포장하고, 배낭을 감쌀 배닐까지 만반이 준비를 하고 온터라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앞이 안보이는 비속에서 달려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논산 연무대 앞에서

여기는 논산 연무대 입니다. 저와 기정이는 둘다 제대한지 2~3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이곳으로 입대할대가 아직도 생생하더군요. 그런데 뒤에 비오는거 보이시나요?^^

연무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전주를 향합니다. 그런데 너무 많은 비가 와서 도저히 앞으로 나갈 수가 없더군요. 자전거를 타다가 내려서 겨우 밀면서 길을 가다보니 한 적한 길옆에 있는 주유소로 피신을 했습니다. 막상 들어가고 보니 지나가던 차들도 앞이 안보여 주유소로 피해있더군요. 다들 우리를 뭔가 꼭 이상한 사람 본 듯한 표정으로 한 참을 보시더니 여행하는 학생들이냐고 물으시더군요. 주인 아저씨가 주시는 따뜻한 녹차를 마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1시간 가량 이 지난 뒤 다시 출발하게 됩니다.

전주에 도착하기 조금 전에 하늘이 맑아졌습니다. 기정이와 전주 비빔밥을 먹으리라 하는 기대로 전주에 들어섰습니다. 30분 정도 찾았는데, 이런 비빔밥 집이 없더군요!!! 비빔밥 집을 찾지 못해서 전주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다시 하늘에 먹구름이 끼더니 많이 비를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때가 오후 3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고, 날씨가 점점 더 안좋아져서 전주 시내의 24시간 찜질 방에서 잠을 자기로 하고 숙소를 먼저 찾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자전거 여행을 할때 쯤 서울에는 24시간 찜질방과 사우나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서 큰 걱정을 안하고, 전주 시내를 찾아 다녔는데, 비를 맞으며 30분 이상을 헤맷는데도 24시간 찜질방이나 사우나를 찾을 수가 없더군요. 비는 점점 더 많이오고, 마음은 급해지는데, 시내에서 텐트를 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교외 까지 나갈 상황은 아니고, 고민을 하다가 저 멀리 2층에 24시간 찜질방 하나를 찾게 됩니다. 친구와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서 자전거를 세우고, 달려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두둥.. 여성 전용이더군요(ㅠㅡㅠ). 참... 허탈한 마음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생각에 쏟아지는 비를 보며 건물 1층 출입구에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옆에 있던 한 여학생이 저희를 보더니 "혹시~~ 여행하세요? 잘 대가 없어서 그러신거에요?" 하는 말을 건네더군요. 순간 당황했다가 "네.^^" 라고 대답을 했더니 학생이 잠시 지하로 내려갔다 오면더니 4층에 있는 전수관 관장님에게 자기가 말해줬다는 이야기는 하지말고 하루만 재워 달라고 말해보라고 하는 겁니다. 이런 기회가... 기정이와 4층으로 올라가서 문을 두드리고 안쪽에 계시는 관장님에게 여차 저차 사정을 말씀 드렸습니다. 조용히 저희를 처다보시더니 웃으시면서 "누가 말해줬어?" 하시면서, 자고 가라고 허락해주셨습니다.

알고 보니 그곳은 강령탈춤 전수관 이었습니다. 4층은 전수과 사무실이고, 지하는 연습실. 그리고 그 학생은 몇 년째 그곳에서 탈춤을 배우는 학생이더군요.

전수 강령 탈춤 전수관에서 사부님과 함께

저희에게 정말 잘해주신 사부님 이십니다.


사부님(전수관에서는 선생님들을 사부님이라고 부른답니다.)들이 너무 잘해주셨습니다. 계속 비를 맞아서 말리지 못한 빨래도 다 빨아 주시고, 선풍기로 널어 주시고, 저녁도 사주시고, 술도 사주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사부님들과 하면서 늦게 잠이 들었습니다. 역시 비속을 달리느라 피곤해서 정신 없이 잠을 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저희 빨래가 안 마를 까봐 저희가 자는 동안 다 다시 널어서 선풍기로 일일이 말려 주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렇게 둘째날과 세째날의 여행이 끝났습니다. 저희가 여행한 11일 중에 10일이 그해 가장 비가 많이 온 10일 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어쩐지 비가 많이 오더라니...

여행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가장 중요한 것, 배울 수 있는 것 이 무엇일까요? 그건 사람 이라고 생각합니다. 각박한 서울을 나와서 여행을 하면서, 너무나 많은 분들이 저희에게 한 가족 처럼 친절하게 대해주셨습니다. 평생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었지요. 이 날이 저에게 이런 사실을 깨닫게 해준 첫 날이 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