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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여행

오래된 자전거 여행 이야기 : 처음 떠난 자전거 여행 : 넷째날, 다섯째날 (전주->고창->제주시)


자전거 여행의 4일째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3일 동안은 여행이라기 보다 레이싱에 가까웠을 겁니다. 여행을 하면서 어디를 갔서 무엇을 보고, 어느 동네의 무슨 음식을 먹고... 이런게 여행인데, 저희는 수원부터 전주까지 달려만 왔으니까요.

이제 자전거 타는 것도 익숙해 졌고, 뜻하지 않게 비 맞는 것에도 익숙해졌습니다. 그래서 오늘 부터는 진짜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여행 넷째 날인 오늘의 목적지는 고창입니다. 고창은 많은 분들이 알겠지만, 수박으로 유명한 곳이죠. 고창은 또 한가지로 유명한데, 바로 고인돌 입니다.

지난번 이야기에서 강령탈춤 전수관에서 사부님의 허락을 받고 잠을 잦다고 끝을 냈습니다. 사부님께서는 아침까지 사주셨지요. 저는 전주라고 하면 비빔밥만 유명한 줄알았는데, 콩나물 국밥도 유명하더군요. 사부님이 자기 생각에 콩나물 국밥을 가장 잘하는 가게라면 동네 시장의 오래된 콩나물 국밥 집으로 저희를 데리고 가서 아침을 사주셨습니다. 정말 맛있더군요. 그 이후로 서울에서 "전주식 콩나물 국밥" 이라는 간판이 붙은 가게를 보면 들어가서 먹어보고는 하는데, 역시 그때 그맛이 나지 않더군요.

사부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넷째날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넷째날의 여행은 순탄했습니다. 몇 일간 비도 올만큼 왔는지 더 오지 않더군요(그 만큼 왔으니 안올만도 하죠.. ). 오늘의 목적지는 앞에서 말한 것 처럼 고창입니다. 사실 1번 국도를 타고 가면, 고창이 나오지 않습니다만, 1번국도가 지나는 내장산을 피하기 위해서 22번 국도를 통해서 고창으로 빠지기로 결정했습니다.

길거리에서 한

여행은 이렇게 즐기면서 해야 맛이죠.


앞에 적은 것처럼 고창은 고인돌로 아주 유명한 곳입니다. 고창의 고인돌 무덤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제되어 있을 정도니까요.

세계문화 유산 등제 알림판

고창 고인돌은 세계 문화 유산입니다.


얼듣 보면 그냥 돌같지만, 아래에 받침이 있죠? 이런 고인돌이 아주~~ 많이 ~~ 모여 있습니다.



뭔가 책에서 보던 것 과 조금 다른 모양이긴 하지만, 고인돌을 실컷 보고 내려오고 있는데, 마을 주민 한분이 저희를 부르시더군요. 그리고는 여행다니는 학생이냐며, 진짜 고인돌 구경하싶으면 저쪽으로가서 위로 올라가서 집안으로 들어가면 볼 수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분이 설명해주신 길을 다라 요리 조리 오르락 내리락 했더니 가정집 뒷마당에 교과서에 나오던 고인돌이 있더군요. 어찌나 고맙던지, 이런게 여행하는 맛이구나 느껴지더군요.

책에 나오는 고인돌

가정집 뒷마당에 있던 책에 나옴직한 고인돌


이제 고인돌도 구경했겠다. 점심을 먹을때가 되었는데요. 기정이와 합의 하에 고창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서 점심으로 고창 수박을 먹기로 했습니다. 이게 어찌 보면 그날의 행복한 비극의 시작인데요. 점심으로 고창수박을 하나 샀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크더군요. 남자 둘이서 밥도 안 먹고 먹었는데, 반통밖에 못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더 먹고 싶어도 안들어 가더군요. 남은 반통을 어찌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들고가기에는 너무 무거웠습니다.) 반통의 절반을 다시 수박가게 주인 아주머니를 드리고, 남은 반만 챙겼습니다.(다 드리고 싶었으나 아주머니가 싫어하시더군요. 쩝...). 사실 이게 비극은 아닙니다. 자세한 내용은 뒤에.....

이제 내일 목포까지 가야하니 목포가기 전 어딘가에서 잠을 자기로 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시골의 마을회관을 목표로 하고 한적한 시골마을의 이장님댁을 찾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넷째날 숙소를 향해서

여전히 비가 중간 중간 내려서 모든 짐을 비닐에 사서 다녔습니다.



제가 지난번 글에서 서울을 벋어나면 정말 인정 넘치는 곳이라고 했던가요? 어제에 이어서 이 날도 인정넘치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날이 어둑 어둑 해져서 마을 한곳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마을 어르신 들이 놀실법한 정자에 한 할아버지가 계시더군요. 그래서 할아버님께 "여행하는 학생들인데 근처에 초등학교나 마을 회관 없을까요?" 말씀을 드렸더니 한참 설명해주시다가... 그냥 정자에 텐트치고 자라고 하시더군요. 허걱..... 어찌 예의 바른 대한민국 청년으로써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한참 ... 거절을 했으나.. 결국 그곳에서 텐트를 치고 자고 말았습니다. 내일 사진을 한장 빌려 와 보면, 바로 이곳입니다.

다섯째날 아침

다섯째날 아침에 일어난 모습입니다. 모습이 가관이죠? 여행 5일재입니다.


할아버님이 옆집에 아무도 없는 집의 문도 따주면서 샤워도 하고, 세탁기로 돌리라고 하시더군요. 감동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학생들에게 집 문도 그냥 열어주시고, 일일이 다 챙겨주시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샤워를 하고 빨래를 빨고 밥을 먹고 있는데, 동네 아주머님 한 분이 지나가다가 학생들이냐며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시며 집에들어가셨습니다. 그리고....... 수박을 한덩이 가지고 나와서 주시더군요. 두둥!!! 그렇습니다. 이게 비극이었죠. 저희 배속에 .. 아직 소화되지 않은 수박이 남아있고, 저희 배낭에 수박 1/4 통 들어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르신이 주신 수박을  절대로 남길 수는 없는일... 결국... 할아버님과 아주머님이 들어가신 뒤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다음날 아침으로 먹기로 하고 바로 잠들었습니다.


다섯째날

드디어 대망의 다섯째날이 밝았습니다. 정자위에 텐트를 친 덕에 비가 오나 안오나 걱정없이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잠에서 막 깼어요.


오늘은 목포를 가서 배를 타고 제주시 까지 가는 일정입니다. 어제 아주머님게서 주신 수박으로 아침밥을 대신하고(전부 다 먹었답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던 수박 1/4통은 결국 가는 길에 버렸습니다. 열심히 목포까지 달려서 배를 타고 제주도로 향했습니다. 사실 이날 사진이 더 없는데요. 길가에 서있는 차를 피하려고 하다가 비포장인 곳으로 들어갔는데, 그때 카메라가 떨어졌습니다. 그 사실을 배를 타고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이 얼마나 아깝던지... 이날은 기정이 친구집에서 편안하게 잠을 잤습니다.

목포를 가는 길에 앞으로 일주일을 함께할 인연을 만나게 됩니다. 저희보다 몇 일 일찍 여행을 시작한 팀인데요. 그 팀은 비가 올때는 자전거를 안탔다고 하네요. 목포를 가는 길에 잠시 만났다가 같은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가게 됩니다.


자전거 여행 넷째, 다섯째 날이 지났습니다. 여행을 하면 사람이 변한다고 했던가요? 그말이 점점 몸으로 느껴집니다. 길을 가다 잠시 쉬면서 이야기 나누던 사람들. 처음 보던 우리에게 선뜻 집의 문을 열어주시던 마을 할아버님, 우리가 자는 동안 빨래가 안 마를 까봐 챙겨주시고, 아침까지 먹여 주시너 강령탈춤 전수관 사부님, 마을의 자랑거리인 고인돌을 소개해주신 마을 주민분, ..... 겨우 5일 여행했는데도 전부다 말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분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서울에 있었으면 절대로 느낄 수 없고, 알 수도 없는 것들을 알게 되서 너무 행복합니다.

다음 여행 일정은 제주도 여행입니다. 제주도 여행은 새로운 인연과 함께 정말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됩니다.